top of page

익명의 빈 공간

[Nameless Void]

해미는 카톨릭의 세계적인 장소도 아니고, 성모님의 발현지도 아니고,

유명한 성인이 있거나, 특별한 기적이 있었던 곳도 아니며,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수천명 순교자들의 장소입니다.

이 상실된 이름과 기록의 장소가 해미순교성지이고, 방문자는 땅속으로 파여진 웅덩이인

진둠벙을 마주쳤을 때 순교의 참혹한 심상이 떠오름과 동시에 무명의 수천명이 희생되었다는 것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숙함과 먹먹함에 의해 압도당하게 됩니다.

 

둠벙과 대응하며 건축화된 공간을 새로운 순례방문자센터에 마련합니다.

진둠벙은 실제 형상을 가진 역사적인 장소이며, 건축화된 둠벙 보이드 공간은

단순한 재료와 색으로 절제되어 빛에 의해 조절되는 추상화된 공간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둠벙 보이드의 공간성은 수많은 순교자들의 이름을 모르는 상실감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를 넘어서서 현재 성지의 순례자, 성직자, 방문객들의 기도와 묵상을 통해 기억되고 승화되어 익명의 모두를 위한 빈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국제성지를 처음 방문하게 되는 순례자와 방문자들은 남측 대성당 진입로에서 주로 접근하게 되는데, 대지의 고저차에 의해 이 레벨은 2층에 해당하게 됩니다.

대성당과 새로 지어질 건물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을 만들면 사람들은 2층 레벨로 진입하면서 아래로 뚫려있는 둠벙같은 공간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고, 이 빈 공간 주위을 순회하면서 순례방문자센터와 환대로비를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 보이드 공간은 1층에서는 대강당, 대회의실, 중회의실과 기존 성당 사무실의 중앙부에 위치하게 되어 각 실 배치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기능도 가지게 됩니다.

bottom of page